- 양성윤 “중대기업처벌법, 노동자 목숨을 돈과 바꾸는 악법!” 맹비난
[뉴스앤뉴스=박귀성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국회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시대공감은 크게 반발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정치권의 거대 여야 양당을 맹렬히 비난했다.

민주노총 양성윤 전 수석부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서 “노동자의 목숨을 돈과 바꾸고 있는 실정에서, 정치권이 대기업 재벌 자본의 대변인이 되어 노동자의 희생을 계속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외국에서 볼 때) 사망사고 숫자로만 보면 대한민국이 내전을 치르는 줄 알고 있다”고 국회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양성윤 전 수석은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강력한 처벌을 담고 있다. 산업재해에 대해 기업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잘못된 것”는 재계의 지적을 의식한 듯 “영국의 경우를 참고로 해야 한다. 영국은 (기업과실치사법) 재해기업을 살인죄로 처벌하는 법을 제정했는데, 그 결과 산업재해 사망률이 현저하게 줄어든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과거 2006년 영국 정부는 기업살인죄를 입법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는데, 이 법안은 수많은 갑론을박 토의를 거쳐 마침내 2007년 7월 “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이란 이름으로 입법화되어 2008년 4월 6일부터 시행됐고, 해당 법이 시행된 이후 재해기업의 처벌은 강화됐고, 통계상 산업현장의 중대재해는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해당 기업살인죄 법안이 현격한 실효성을 거두었다는 거다.
국회에서 정의당 주도로 제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과 ‘처벌’이라는 단어가 쏙 빠졌다. 특히 5인미만 사업장은 해당 법안에서 빠져 “영원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회는 이날 재적 의원 266명에 찬성 164명, 반대 44명, 기권 58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11일 정의당과 산업재해 희생자 유족들이 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29일 만인데, 이에 반발한 유족들은 해당 상임위를 찾아 강하게 반발했지만 허사였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게 된다. 이 법은 산재 발생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는 5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의당과 노동계, 고 김용균 노동자와 이한빛 PD 등 산재 희생자 유족은 매년 산재로 2000여명 안팎이 사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사업장에 이 법안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제계에서는 “경영진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다. 누가 선뜻 기업을 하려고 하겠나?”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노동계와 재계가 갑론을박으로 첨예하게 논리적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합의안을 통과시킨 뒤 본회의에 상정했다. 법의 시행시기는 공포 뒤 1년이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뒤 2년 동안 법 적용을 유예받아 총 3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이런 후퇴 탓에 정의당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중대재해법이 애초 법안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며 표결에서 기권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에 하루 앞선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면서 “하나의 법을 가지고 이렇게 오래도록 심사했던 것은 법사위 5년차지만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고 재계의 반발이 많았기에 법안 심사 조항 하나하나가 주목을 받았다.
국회 여야가 서로 눈치만 보며 미루던 법안 심사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달 28일 정부가 고용노동부·법무부의 의견을 담은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부터였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김용균재단 이사장 김미숙씨 등 산업재해 희생자 유족들은 정부안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국회에 제출돼 있던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 박주민 민주당 의원안보다 한참 후퇴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국민들을 뭘로 보고 정부가 이런 ‘누더기안’을 들고왔냐는 원성이 쏟아졌다.
이에 더해 중소벤처기업부가 5인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작품(?)’을 들고나오면서 노동계의 분기탱천은 극에 달했다. 언론은 중기부가 이런 안을 들고 나오는 배경엔 정부의 타협적인 태도와 재계의 집요한 로비가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중대산업재해에서 ‘5명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한 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본청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회의장 앞에는 재계 관계자들과 유족들뿐 아니라 노동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법안소위가 열리는 회의장 인근은 특히 재계 관계자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산재 사망 때 기업 책임자와 법인에 부과되는 처벌 수위가 대폭 완화된 것은 재계 요구 때문이었다. 경총은 경영책임자 처벌에서 “형벌은 하한선을 삭제하고 상한선만 명문화하자”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중대재해법으로 둔갑하고, 해당 법안의 알맹이가 하나 둘 빠져나간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의당은 ‘누더기 법안’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며 울분을 삼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최초 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표결 직전 반대토론에 나서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는 이 자리가 결코 웃을 수 없는 서글픈 자리가 됐음을 국민 여러분께 고백한다”며 눈물을 삼켰다.
한편,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한 8일 국회 본청 현관 앞에서 29일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지속해 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지 김미숙씨,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 등 단식농성단은 국회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눈물의 해단식을 마치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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