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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2300만원 토마토 횡령한 사장님들

  • 배석환 기자
  • 입력 2026.03.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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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명이서 편 먹고 공동 재산 빼돌려... 지자체는 회유

혐의 자백해도 4개월째 ‘불편한 동거’... 피해자 보호 규정 없는 스마트팜

 

전북 장수군에 있는 임대형 스마트팜. 청년 농부의 꿈을 안고 입주한 A씨는 최근 4개월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함께 팀을 이뤘던 동료 2명이 수천만원 상당 토마토를 빼돌렸고,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는 가해자들과의 ‘위험한 동거’를 강요하고 있다.


치밀했던 ‘박스 갈이’ 횡령

사건은 지난해 11월 초 발각됐다. 팀원 3명이 공동으로 정한 휴일에, 팀원 B씨와 C씨는 A씨 몰래 온실에 나타나 토마토를 무단 수확해 출하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본인들의 박스가 아닌 타 팀의 박스를 빌려 사용하는 이른바 ‘박스 갈이’ 수법까지 동원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농산물 유통 시 박스는 생산자의 신분증 역할을 한다. 타 팀의 박스를 쓰는 순간 전산상 데이터가 세탁되어 공식 장부에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제보팀장이 입수한 B씨 통장 내역과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9월과 10월에도 수차례에 걸쳐 토마토를 빼돌렸다.


현재까지 B씨와 C씨가 토마토를 빼돌려 얻은 총 수익은 자그마치 2,300만원에 달한다. B씨는 녹취를 통해 “미안하다, 두고두고 갚겠다”며 범행을 실토했다. 사건은 현재 검찰로 송치됐다.


제3자인 공무원, “오해니 말로 풀어라?”

사건 발생 직후 장수군의 일 처리 태도를 자성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범죄 증거 확보를 위한 CCTV 열람 요청에 대해 “B씨와 C씨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열람을 거부했다.


심지어 담당 주무관은 “내가 경찰서에 가서 직접 봤는데 오해인 것 같다”며, 대화로 풀라고 피해자를 회유했다. A씨는 “범죄 정황이 명확하고 가해자가 자백까지 했는데도, 지자체 공무원들이 오히려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 하는 모습에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과 함께 스마트팜에서 나가라”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과 장수군 임대온실 운영 지침에 따르면, 입주자의 중대한 일탈 행위 시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용권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장수군은 피해자가 직접 해당 조항을 확인해 제시했음에도 불구, 절차적 번거로움을 이유로 위원회 개최를 거부했다. 가해자들의 수익 활동 역시 4개월간 묵인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A씨에게, “3인 1팀 체제에서 2명이 제명되어 팀이 깨지면 사업 규정 상 A씨(피해자)도 함께 온실을 비워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장수군의 입장이다.


그사이 피해자는 매일 범죄 혐의자들과 마주하며 작업해야 하는 ‘2차 가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그늘진 행정, 시들어가는 농부

이번 사태는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스마트팜 임대의 구조적 결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설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할 수 있는 행정 매뉴얼이 전무하다. 지자체는 “확정 판결 전까지는 조치할 수 없다”는 소극 행정의 전형을 보였다.


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가 계속되는 한 청년 농부들에게 스마트팜은 꿈의 터전이 아닌 '범죄 무풍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금 가해자들은 작년 12월 부로 토마토에서는 손을 떼고, 오이를 수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년 농업인 단체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가해자들이 농업인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활동한다면, 다른 피해가 얼마나 더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출처/ 제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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