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인천 신축 아파트 총 피해 규모 41세대… 피해 금액 수억원 전망도
계속되는 “말로만 환불”에… 입주민들 “사기” 주장
유리 난간을 교체하려던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업체가 20여 세대의 인테리어 공사를 미이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로 인한 환불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 업체의 유사 사례가 파악되면서 피해자들은 집단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부모님 집 시공 업체라 믿었는데…“아는 사람이 제일 위험”
신혼 생활 중인 입주민 A씨는 “난간 미관 개선을 위해 업체를 찾던 중 1년 반 전 부모님 집 인테리어를 맡았던 업체가 떠올랐다”며 “당시 공사를 순조롭게 마쳤고 연락도 잘 돼 주민들에게 리치본을 후보로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다른 공동 구매 참여자 19세대 동의를 얻어 최종적으로 리치본을 선정했다. 리치본은 단체 오픈채팅방에서 설명과 상담을 진행했고, 전자서명 방식(전자계약)을 통해 세대별 계약이 이뤄졌다.
약속은 미뤄지고, 말은 달라지고
계약은 작년 11월 4일 전후로 시작됐고, 업체는 “12월 안으로 공사 진행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12월 말까지도 공사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고, 지연 사유로 “공장 사정”, “실측 실수” 등을 둘러댔다. 업체가 공사를 마친 곳은 당초 공사를 약속했던 21곳 중 1곳 뿐이었다. 그마저도 안내 받았던 규격과 다른 저가 자재가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달라진 규격에 대해 A/S를 요구했지만 개선되는 건 없었다. 게다가 업체는 이를 “입주민들이 희망 사양을 자주 변경하여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변명 거리로 활용했다. 업체는 지난 12일, 계약금 환불에 대해 다시 한 번 진행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번에도 말 뿐이었다. 현재 업체는 전화를 받지 않고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진다.
제보팀장이 입수한 ‘리치본의 내용 증명 회신서’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환불을 받은 세대는 한 곳도 없다. 해당 회신서에는 업체가 ‘계약금 수령, 공사 미이행 및 계약금 반환 약속’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문장이 적혀있다. 다만 업체는 같은 문서 상에서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즉시 반환이 어렵다’며 지급 유예를 요청했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돈을 못 돌려주겠다고 하면 바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어 말로만 주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계속 지급 일정이나 실행을 제시하지 않고 구두 약속만 할 경우에도 법적 저촉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구 21세대·인천 20세대…“피해 규모 수억원에 이를 수 있어”
대구 센트리엘 21세대 피해액 총 합계는 약 3700만원으로 추산된다.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 업체(리치본)의 유사 피해 사례가 나왔다. 본지가 입수한 인천 서구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컨설팅 감사의견서에는 ‘미시공 20세대’가 남아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대구와 인천 외에 다른 피해 사례가 있다면 돌려 받지 못한 금액은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된 리치본 주식회사 블로그의 홍보 게시글에는 “작년 우리 아파트 유리난간 시공 뒤 A/S도 안 되고 연락을 안 받았다”라며 “공동구매로 계약금만 받고 (공사 진행 없이) 연락 끊겼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환불 약속 이후 업체 측이 사무 집기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려둔 정황도 있다. 이를 두고 “폐업 또는 자금 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심이 나온다.
반복되는 인테리어 분쟁…‘선금 구조’의 취약점
인테리어 분쟁은 특정 업체 논란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인테리어 관련 피해구제는 2021~2023년 총 1246건(2021년 420건·2022년 359건·2023년 467건)으로 집계됐고, 이 중 30~40%가 ‘먹튀’형 피해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선금 중심 계약이 반복될수록 소비자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공정률에 따라 대금을 분할 지급하거나, 계약금을 예치하는 방식(에스크로·예치금)으로 위험을 낮추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체 채팅방을 통한 공동 구매는 편의성이 크지만, 분쟁이 발생하면 피해가 단기간에 확산된다. 계약 단계부터 ‘환불 조건·지연 배상·검수 기준’을 문서로 촘촘히 적어야 한다.
앞선 의혹들 관련, 제보팀장 질의에 대해 리치본 주식회사에서는 “일부 현장에서 일정 조정과 계약 해지·환불 요청이 접수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단지·세대별 계약 현황과 금액 등은 개인정보·영업비밀로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법률 자문을 거쳐 정산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시공 사양 논란은 계약서 기준 확인 과정에서 ‘인식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 운영 방식 조정과 자산 정리는 운영 효율화 차원이라며 사업 중단과는 무관하고 정상 영업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출처/제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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