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이장협의회장 좌파라 안 돼”…갈라치기에 ‘면민 부글부글’
양서면장, “군수와 코드가 맞아야지…”…‘양평판 블랙리스트’ 의혹
“현재 집권하고 계신 분하고 코드가 맞아야…”
[배석환 기자]=최근 지역 내 ‘주민 갈라치기’가 심화되고 있어 지역갈등 조장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른바 ‘양평판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2월 29일 실시된 양평군 양서면 이장협의회장 선출 과정에 면장이 개입했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비롯됐다.
양서면 이장협의회장 선거는 입후보자 2명을 대상으로 투표권자인 마을 이장 28명이 참여해 투표를 진행한 결과 A 후보가 16표를 득표해 12표를 얻은 상대 후보를 제치고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 3년의 협의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A 후보가 당선되면서 마무리 되는 듯 했던 이장협의회장 선거는 양서면 B 면장이 이장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 C씨는 B 면장이 일부 이장들에게 전화해 ‘A 후보는 좌파라 절대 시키면 안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상대 후보의 지지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C씨는 “지역주민들은 ‘면장이 스스로 했겠어? 군수가 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중립적이지 못한 정치적 행위다. 적당히 해야지, 다른 읍면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 같으면 이런 식으로 못한다. 양평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C씨는 또 “면장의 이장협의회장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와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킨 불법적인 행위”라면서 “공정하고 신뢰받는 행정을 위해 공무원의 사회단체장 선거 개입 행위는 엄격히 규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 면장은 1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좌파라서 안된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럼 어떤 식으로 말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B 면장은 “유선상으로 말할 수 없다. 그분들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B 면장은 “‘이왕이면 저나 현재 집권하고 계신 분하고 코드가 맞으면 좋겠다’라고 했지, 누구라서 안된다고 얘기한 건 아니다. 제 입장에서 당연한 게 아니냐”라며 선거 개입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하지만 B 면장의 주민 갈라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B 면장이 양서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추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양서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30명 위촉…40명인 자체 규정에 미달
면장, 10여년 봉사한 지원자에게 “이번에는 좀 쉬어라” 일방 통보
“기존 위원들 재위촉하지 않은 이유와 당사자 명단은 밝힐 수 없어”
양서 주민들 “블랙리스트에 의한 솎아내기냐”…과도한 관권 개입 반발
읍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읍면단위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살피고, 알리고, 보살피는 지역복지 공동체 조성을 위해 지역주민의 다양한 복지욕구와 문제를 해결하는 민관협력 네트워크’를 말한다.
양서면은 지난해 12월 7일부터 20일까지 2주간 제10기 양서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을 공개 모집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모집인원은 00명이다.
양평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구성 및 운영 조례에는 위원은 읍·면장의 추천을 받아 군수가 임명 또는 위촉하며 공동위원장 2명(읍·면장은 당연직)을 포함하여 10명 이상 50명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서면은 40명 이내로 모집인원을 정했다. 임기는 2024.1.1.부터 2025.12.31.까지 2년이다.
주민 D씨는 “면장이 순수 봉사단체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추천에까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대로라면 앞으로 동네 이장 선거까지도 관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0여년을 위원으로 봉사했던 지원자에게 면장이 직접 전화를 해 ‘위원 신청한 거 이번에는 좀 쉬어라’라고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여러 명의 지원자에게도 위원으로 추천하지 않겠다는 전화를 한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D씨는 이어 “봉사하고 계신 위원들은 관례적으로 임기 2년과 관계없이 연임되어 왔으며, 연임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다른 읍면에서는 담당 공무원들이 연임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봉사단체 인원이 많을수록 좋은 건데 이번 일로 그만두신 분들이 많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자체 규정으로 40명 이내로 정한 양서면에서는 이번에 30명을 추천하여 위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집인원인 40명을 다 채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10여년을 위원으로 봉사했던 사람을 굳이 재위촉하지 않은 게 정치적 이유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양서면 복지팀장은 “집중 모집 기간이 지나도 수시로 위원 추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중 모집 기간에 몇 명이 신청했고, 또 이 과정에서 탈락하신 분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제가 답할 내용은 아니다. 면장에게 직접 물어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B 면장은 ‘기존 위원을 탈락시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전화 질문에 “기존에 하셨던 분들도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새로 신청해야 한다. 신청한 분 중에 탈락한 분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위원 중 새로 신청한 사람들을 위촉하지 않은 이유와 정확한 숫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양평군의회 최영보 의원, 양서면장의 정치 중립성 지적
양서면장 “조례에 따라 추천하고 군수가 임명” 항변
이와 관련 양평군의회 최영보 의원은 지난 1월 3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는데 “양서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선발 과정에 면장의 개입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공무원의 중립성 훼손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민간 봉사단체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면서 “면장과 같은 공적 인물의 민간 단체 인사에 대한 개입은 단체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공공의 신뢰를 손상시킬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 면장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구성은 양평군 조례에 따라 읍면장이 추천하고 군수가 임명(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의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한 네티즌이 “연임 의사를 밝힌 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정치적 기준 아닌가요?”라면서 “면장님이 신청권자를 어떤 기준으로 해임하신 것인지, 이것이 바로 정치적이라고 해석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댓글을 남겼으나 B 면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양서면 일부 이장 등이 B 면장을 직원남용 등 혐의로 형사 고발까지 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정과 주민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역 민심을 갈라치기 하는 이런 행정은 결코 면장 스스로 할 수 없는 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양평판 블랙리스트’ 의혹이 증폭되는 모양새를 보이는 등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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