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12일 경기 TED 과장급 워크숍 개최. 10개 우수 정책아이디어 채택
[양해용 기자]=“이모님과 산책을 하는데 무릎이 아파서 걷지를 못하시더라고요. 휴양림을 정비할 때 나무부속물이 나오는데 그 부속물을 활용해서 지팡이를 만들어 산책로 입구에 비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무장지대에 생수 25억 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기북부지역 영세 생수 공장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팔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과장들과 공공기관 경영본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직사회의 관행과 관성을 벗어나 자유로운 발표와 토론으로 정책을 발굴하는 ‘집단 지성의 장’이 또 한 번 마련됐다.
경기도는 12일 경기도 과장급 및 공공기관 경영본부장급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 TED 과장급 워크숍’을 개최했다. 13일까지 양일간 펼쳐지는 워크숍에는 140여 명씩 총 28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지난 6일 도 최초로 경기도지사와 부지사 3명, 정책·정무·행정·기회경기수석, 실·국장, 공공기관장, 도정 자문위원 등이 함께 모여 10시간 동안 정책토론을 벌인 ‘기회 경기 워크숍’에 이은 두 번째 워크숍이다. 기회경기 워크숍과 마찬가지로 경기도의 과장급 간부가 모두 모여 정책토론회를 갖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발표에 앞서 김동연 지사는 “대학 총장을 하면서 청년의 바다에 빠져보자는 생각으로 짧게라도 얘기한 청년들까지 1년에 8천 명을 만나본 적이 있다”면서 “처음에는 어색하고 쭈뼛쭈뼛하다가 회가 거듭될수록 분위기가 만들어지니까 편하게 얘기하고 자기 의사를 발표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는 데서 창의력도 나오고, 삶의 보람도 나오고, 삶의 기쁨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까지 가져온 생각의 틀을 유지하면서 젊은 청년들, 자녀들, 또는 우리 사회에 바꾸자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건 안될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우리부터 한번 마음 편하게 허심탄회하게, 즐겁게 대화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TED는 18분 이내의 강연을 제공하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으로 여기서 열리는 강연회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이날 도전(Try), 열정(Energy), 꿈(Dream)을 주제로 과장급 간부 공무원들이 준비한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현장에서 이를 평가하고 논의하는 정책오디션-‘기회경기 정책 챌린지’ 형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앞서 도는 경기도 과장급 및 공공기관 경영본부장급 전원을 대상으로 도정 아이디어(자유주제)를 접수해 도민 온라인 투표(3천143명 참여), 도 실국장과 도정자문위원 사전 심사를 거쳐 총 42건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 첫날인 12일에는 이 가운데 21건의 아이디어가 발표회를 가졌다.
발표자들은 3분씩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발표 뒤에는 참석자들의 현장 투표와 부지사, 기획조정실장, 행정수석, 도정자문위원, 대학교수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 평가 점수를 반영해 우수 아이디어를 선정했다.
이날 우수작은 ▲1인 가구 및 고독사 급격한 증가, 인생의 행복한 마무리 ‘기회 엔딩 서포트’ ▲경기북부지역 남북한 공동 먹는샘물 생산판매사업 추진 ▲보훈대상자 기회 경기 제공 ▲노인 운동 장려수당 마련 ▲경기도 예술단의 역사(소품·의상 등)를 활용한 예술놀이터 마련 ▲도 관리 산림휴양시설에 나무지팡이 비치 ▲국내 외국인 유학생 연대를 통한 가칭 ‘G-UN 플랫폼’의 새로운 가치 창출 모색 ▲긴급차량(장비)을 위한 안전통행로 확보 지정 ▲Z맘대로 예산 조성·운영 ▲공공기관 장애인 재택근무자 채용 등 10건이 선정됐다. 최종 수상작은 추후 열릴 팀장급 워크숍에서 팀장들의 투표를 포함한 최종 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기회 엔딩 서포트’는 도와 31개 시군, 민간이 협력해서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생전복지와 사후 행정 처리를 제공하자는 내용이다. 생전에는 지역사회가 동참해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와 방문 지원을 하고, 돌아가신 후에는 장례식, 살림살이 정리, 사망신고, 병원비 지출 등 신변 정리를 처리해주는 것으로, 노인 일자리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기도가 관리하는 산림휴양시설에 나무지팡이를 비치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휴양림을 정비할 때 나오는 나무부속물을 활용해 지팡이를 만들고 입구에 비치해 어르신들이나 무릎이 불편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반납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발표 뒤 류인권 기획조정실장은 “경기도에 장애인자립시설이 많은데 이런 곳을 통해 지팡이를 만들게 하고, 지팡이도 임대가 아니라 일정한 운동 조건을 충족하면 무료로 제공하면 좋겠다”며 ‘경기도 기회의 지팡이’라는 명칭을 즉석에서 제안하기도 했다.
각 기관 예산의 일정액을 설정해 기획부터 집행까지 Z세대 직원으로 구성된 TF, 혹은 기관별 ‘지맘대로위원회’에 전권을 주자는 의견도 제시됐으며, 비무장지대(DMZ)에 지하수 25억 톤 매장이 추정되는 점에 착안해 연천·파주 등 접경지역에 생수 공장을 설치해 남북 공동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공동브랜드를 만들자는 정책도 제안됐다.
우수작 선정발표 뒤 김동연 지사는 “좋은 얘기와 아이디어만 가지고 세상이 바뀌는 일은 없는 것 같다”며 “오늘 내신 아주 기발하고 좋은 아이디어와 함께 우리가 정말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진정성,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행동의 변화가 모이면 경기도는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제안 발표 이후 오후 3시부터는 경기도 대표 정책 발굴을 위한 ‘기회경기 시그니처 정책 자유토론’과 분임 별 발표를 진행했다.
한편, 도는 본선에 올라가지 않은 나머지 정책과제들에 대해서도 숙성 과정을 거쳐 도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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