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시민의 공복(公僕)
공직자들이 존재하는 이유, 확충(擴充)하는 것
투쟁보다 공생, 상생해야
[양해용 기자]=“나만 우리 가족만, 잘 먹고 잘 살고, 이런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고, 높은데 오르려면 낮은 곳으로부터 출발해야.” - 김해영위원장
철학박사이자 수원시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인 김해영씨는 ‘횡설수설연구소’ 유튜브를 통해 ‘공무원의 존재이유’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그의 삶을 인터뷰를 통해 엿본다.
노조에 발을 디디며 제일 중점으로 다루는 것
“노조가 만들어지고 2년 정도 지나 합류했으니, 18년 정도 경력이 됐다. 그리고 위원장만 6선을 했다. 독재는 아니고(웃음), 공식 선거를 통해 6번 당선 후, 13년 간 위원장직을 수행했다.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위민(爲民), 즉 시민에 대한 행정서비스 강화다. 공직자들의 기본의식이 이렇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행정서비스를 아무리 외쳐도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처음엔 공직자들의 의식이 좀 부족해 의식을 고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공감하는 노조가 됐다고 자부한다.”
노조위원장직을 수행하며 나만이 할 수 있었던 점과 해놓은 업적이 지속되어 갔으면 하는 점
“노동운동을 18년 간 하면서 공직자는 시민의 공복(公僕)이어야 한다고 본다. 시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시민들이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공직자들의 존재이유도 확충(擴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확충’이란 시민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애로사항을 최대한 받아들여, ‘시민들의 마음을 넓혀주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것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내부 구성원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보여주는 투쟁보다는 공생(共生), 상생(相生)해야 한다고 본다. 나만 살고 상대는 없으며, 또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배격만 하는 노동운동은 안 된다고 본다. 나도 살고 상대도 사는, 내부적인 양보, 공감대 형성 그러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그런 운동이 장기적으로 노조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노조위원장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을 누벼
“공직이라는 것, 공공기관에서 노동을 한다는 것은 사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와 더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돼야 한다. 다 같은 국민들이니 삶의 질을 함께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의 삶과 양식, 이런 것들이 같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 같은 운동방식이 그간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 공무원노동운동 초기엔 꼴통소리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또한 나와 같은 운동가들이 초기엔 굉장히 소소했지만 시간이 경과 될수록 공감대 형성이 잘되어 추종하는 운동가들도 많아졌다고 본다. 그런 긍정적인 역할을 일정 부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공무원 고용연장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 제시
“요즘 관심사 중에 하나인데 고용연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냐? 아이를 적게 낳다보니 일단 노동력이 부족하다. 노동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
고용연장 방안이 실제로 구현되고 연장되어야 하며, 연금도 점점 고갈상태로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돈도 사람도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공직자를 많이 늘렸다. 긍정적인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 공무원 수가 늘수록 재정도 부담되고 연금도 취약해진다.
보다 질적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고용연장은 당연히 돼야한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인적구성 분포가 커지는 것은 긍정할 수 없다. 질적으로 도약과 변화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무원은 두 가지 부류가 해야 한다.
첫째, 가난한 사람이 해야 한다. 공직에 들어오면 공직자들의 봉급, 즉 ‘받들어준다’로 봉급을 준다는 뜻인데, 부자 될 정도가 아닌 딱 먹고 살만큼만 준다. 가난한 사람이 봉급을 받으면 안심하고 공직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 즉 초심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공복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진짜 부자들이 해야 한다.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보면 애처로운 일이 다반사다. 이들의 ‘마음을 넓혀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확충(擴充)’이라고 앞에서도 언급했다. 즉 돈이 많다면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구제할 수 있다. 말하자면 돈이 많은 공직자는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덕을 쌓는 차원에서 지니고 있는 돈 다 쓰고 가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어정쩡하게 중간 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공직자가 되면 편하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것이다.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념도 철학도 없는 이들에게 시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다 귀찮게 보게 되는 이유다.
특히 좋은 대학을 나와 9급 공무원으로 들어오는 것은 전혀 생산성이 없다고 본다. 이들이 기업에 들어가 생산성 있는 일을 통해 더욱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애를 써야지, 그저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직을 택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는 일이다.”
힘들었던 삶의 과정을 철학을 통해 가르침을 주고 있다. 다양한 석사와 박사학위를 가지고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사상이 있다면
“올해 나이 60이 되었다. 13살부터 사회생활을 했는데, 짜장면 배달부터 이런저런 직업이 스물 몇 가지를 했다.
20년 사회생활을 하고, 공직에 들어와 27년 4개월을 했으니, 합하면 47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셈이다. 여기서 경험한 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너무너무 많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분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누가 뭐라고 설명도, 말해줘서가 아닌, 체감하면서 체득됐다.
공직자들의 역할은 이런 사회적 약자들의 살림살이가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못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서 상향평준화 시키는 것,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선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그것에 맞는 정책들을 생산해 구현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행정이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이 줄어들며 좋은 사회가 된다고 확신한다. 이런 의식을 널리 알리고 다닌다.
철학은 본래 아무나 다 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은 지식인들한테 가르쳐 주는 것이다.
노자(老子)가 일반 사람들에게 철학 얘기를 하면, 지도층은 받아 적고 실천한다. 중간쯤 부류는 좋은 말씀이라고 하면서 귓등으로 듣는다. 대다수 사람들은 비웃는다. 그래서 사회지도자의 5%가 철학을 한다.
실제로 지도층이 실천하면 사회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실천하면 좋은 얘기, 좋은 말씀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따른다. 비웃던 사람들도 따른다. 그래서 사회지도층이 좋은 철학을 듣고 좋은 철학을 구현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세상은 그렇게 되는 것이다.
배우면 실천해야 한다. 배우고 실천하지 않으면 죽은 학문이며 지행일치(知行一致)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시국, 노조위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 시민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럴 때 노조와 시민들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두 세금만으로 행정하지 말고, 자신의 돈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기부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나도 재난과 관련하여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을 전혀 받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거의 8백만 원 정도를 나눔했다. 어려울 때 나누지 않으면 공직자가 아니며,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도탄에 빠져 신음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천하에 널려 있는데,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그런 분들을 챙겨야 하고, 노조도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런 분들의 삶의 질을 떨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직자와 지도층인 노조 간부들이 하나의 마음이 된다면, 사회적 약자들의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재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러 권의 책을 내놓았고, 지금도 또 한권의 책을 정리 중으로 알고 있다. 남은 기간의 숙제와 앞으로의 계획
“책은 열 몇 권을 냈고, 요즘 집필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사상가와 서원’이란 주제를 정해 놓고 집필 중이다. 외국의 철학자는 많이 아는데 한국의 사상가들은 잘 모른다. 위대함이 많은 우리 민중들의 삶을 어떻게 인식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그게 핵심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달 임기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27년 4개월간의 공직을 마감하고 바로 현실 정치권으로 가고자 한다.
나는 유가(儒家)철학자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성균관대 건학이념이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공부해서 사람들을 다스려야[다살려야] 하는 건 기본이다.
물론 공직도 정치의 일환이지만, 제도권 정치와는 다르다. 따라서 현실정치에 참여해 우리 민중들의 살림살이를 살펴야 한다고 본다.”
- 김해영 위원장 약력 -
1962년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생. 강원도 화천에서 자랐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중·고등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 학사와 석사·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수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석사과정,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석사과정,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주요 저서로 『장자강의』, 『사서강의』, 『공직자, 논어를 읽다』, 『지금은, 정조를 읽어야 할 시간』, 『삼서강의』(이상 안티쿠스), 『고사성어로 철학하다』, 『팔랑개비, 세상을 날다』, 『손에 잡히는 철학』, 『변화와 희망을 위한 철학에세이』(이상 문화문고)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론 『정조의 효치사상 구조』, 『효치사상의 연원과 한국적 전개』, 『정조의 효치와 사회복지 구현』 등이 있다. 주로 철학과 사상에 관한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하고 있다.
수원시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 전국통합공무원노조 부위원장, 수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객원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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