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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농지 전수조사에 농촌 현장 ‘술렁’…임차농 내몰리고 농지가격 하락 우려까지

  • 배석환 기자
  • 입력 2026.09.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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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36만㏊ 전수조사…27% ‘위반 의심’ 분류

불법 임대차 의심 21.1%…농지주 계약해지 움직임에 실제 경작 임차농 ‘불똥’

농식품부도 임차농 피해 가능성 인정…신고센터·농지은행 우선공급 대책 시행

농지 매매시장 위축·가격 하락 호소도…투기 차단 취지와 농촌 현실 사이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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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식품부는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 홈페이지에 설명 자료를 올려놓고 있다. 사진/ 농림식품부

 

정부가 농지 투기 근절과 실제 경작 여부 확인을 위해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농촌 현장 곳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자신의 농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농지를 빌려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임차농 사이에서는 농지 소유자가 전수조사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임대차 관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영농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농지를 높은 가격에 구입했던 일부 소유자들 사이에서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지고 거래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다만 농지가격 하락이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 발생했고, 이것이 농지 전수조사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인지는 별도의 거래자료 분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별 지역에서 제기되는 가격 하락 사례를 전체 농지시장의 현상으로 단정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국 농지 전수조사…기본조사에서 27% ‘위반 의심’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5월 18일부터 지방정부와 함께 농지 투기 근절과 농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는 2년에 걸쳐 진행되며 올해는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1월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2027년에는 1996년 이전 취득 농지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정부는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정보, 공익직불금, 농자재 구입내역 등을 교차 확인하고 인공위성과 AI 등을 활용해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7월 말까지 조사대상의 97%인 132만㏊, 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가 완료됐다.

 

그 결과 전체 조사대상 가운데 27.0%, 284만 필지가 농지 소유제한 위반이나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의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특히 불법 임대차 의심 농지가 전체의 21.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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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농림식품부

 

투기 잡으려다 실제 농사짓는 임차농 피해?

문제는 농촌지역에서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농지 임대차 현실과 법·제도 사이의 간극이다.

 

농촌에서는 고령이나 건강 문제, 다른 지역 거주 등의 이유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 소유자가 인근 농업인에게 농지를 맡겨 경작하도록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적법한 절차를 갖추지 않은 임대차가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일부 농지 소유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기존 임대차 관계를 종료하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농지 투기와 불법 소유를 막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해당 농지에서 수년간 실제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의 영농기반을 흔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 일부 부재지주가 농지 전수조사를 피하기 위해 임대차 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농지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을 운영해 기존 구두 임대차를 서면계약으로 전환하거나 농지은행에 적법하게 임대 위탁하도록 유도했다.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임대차 관계가 일방적으로 종료된 임차농에게는 농지은행에 위탁된 농지를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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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농림식품부

 

농지주도 불안…“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다”

반대편에서는 농지 소유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농지를 높은 가격에 매입했던 일부 소유자들은 농지 이용과 처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매각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과거 매입가격과 비교해 현재 매도 희망가격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거래가 쉽지 않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농지 가격은 지역과 용도지역, 개발 가능성, 도로 접근성, 실제 농업생산성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특정 농지의 가격이 매입 당시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개별 사례가 있더라도 이를 정부 전수조사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실제 농지거래량과 실거래가격 변화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 “위반 의심된다고 곧바로 처분하는 것 아니다”

농촌 현장에서 가장 큰 불안 중 하나는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농지를 즉시 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지난 16일 별도의 설명자료까지 내고 이 같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중대한 위법행위가 아닌 경우 먼저 1년간의 자진처분 기간을 부여한다.

 

이 기간이 지난 뒤에도 소유자가 성실하게 경작하고 있다면 처분명령을 3년 동안 유예한 뒤 소멸시키는 제도도 두고 있다.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동안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야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또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 등 중대한 위반은 엄정하게 조치하되 고령화와 농촌 인력 부족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한 일반적인 사례는 농지가 계속 농업에 이용될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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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농림식품부

임차농 보호와 농지 투기 차단, 두 목표 함께 가야

농지 전수조사의 취지는 분명하다.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소유하거나 농지를 다른 용도로 불법 전용하는 행위를 막고, 실제 농업인에게 농지가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은 법률상 소유관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농업인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토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다른 농지가 상당수 존재하고, 오랫동안 구두계약이나 지역사회 신뢰관계를 통해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본조사에서 불법 임대차 ‘의심’ 농지가 21.1%에 달했다는 결과 역시 이러한 농촌 현실과 제도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투기성 농지와 실제 농업생산을 목적으로 한 임대차를 세밀하게 구분하고, 농지 전수조사로 기존 임차농이 하루아침에 경작지를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다양한 현장 사례와 농업인의 의견을 검토해 현실과 맞지 않거나 정상적인 영농활동에 부담을 주는 제도는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농지 전수조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느냐’를 가려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누가 실제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 농지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농업에 이용하도록 할 것인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는 엄격히 차단하되 선의의 농지 소유자와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제도 정비 과정에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세밀한 보완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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