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비 업체 임직원, WSJ에 한국 규제 비판 글 게재
사흘 뒤 쿠팡 홍보대행사, 국내 매체에 원문 살려 기사화 요청
미국발 비판 여론, 자본으로 국내에 이식한 '여론 교란' 의혹
쿠팡의 대미 로비를 수임한 미국 업체 임직원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싣고, 불과 사흘 뒤 쿠팡 측 홍보대행사가 이를 토대로 국내 매체에 기사 게재를 우회 청탁한 정황이 확인됐다.
막대한 로비 자금으로 미국에서 조성한 비판 논리를 국내 언론에 이식하는 과정 전반에 쿠팡 측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월 17일 자 WSJ 오피니언 면에 게재된 '한국은 미국 기업에 적대적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이다.
필자인 조지 E. 보그던은 미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 규제하고 있으며, 미국계 플랫폼이 위축되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지면에서 그는 일반적인 통상자문업체 소속으로 소개됐다.
1억 원 로비 수임 업체 직원이 쓴 WSJ 쿠팡 옹호 칼럼
하지만 미 상원 로비 공시에 따르면, 보그던이 지난 5월부터 시니어 카운슬러로 재직 중인 '콘티넨털 스트래티지'는 올해 1월부터 쿠팡Inc를 고객으로 등록했고, 1분기에만 로비 수임료 7만 5,000달러(약 1억 원)를 받았다. 로비 업체 임직원이 자신과 쿠팡의 금전적 이해관계를 철저히 숨긴 채 유력지에 옹호 기고문을 실은 셈이다.
이 기고문은 불과 사흘 뒤인 7월 20일, 국내 인터넷 매체의 기사 원고로 등장했다. 본지가 입수한 대화록에 따르면, 쿠팡 측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원고를 전달하며 대가를 전제로 "원문 내용을 최대한 살려 게재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자가 원고 수정을 타진하자 대행사 측은 "의뢰처 확인과 승인이 필요하니 잠시 대기해달라"며 만류했다. 기사 문안의 최종 통제권이 언론사가 아닌 '의뢰처'에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스트래티지 임직원이 작성한 WSJ 기고문은 국내 한 인터넷 언론사에 기재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보그던은 자신의 SNS에 해당 국내 기사를 공유하며 "내 WSJ 기고가 한국 언론에 보도돼 기쁘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사 우회 청탁' 의혹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대행사는 7월 24일에도 마크 메도우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보수 매체 '데일리콜러'에 쓴 비판 기고문을 토대로 국내 기사 게재를 요청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대미 로비 자금으로 전 분기의 두 배인 178만 5,000달러(약 26억 원)를 쏟아부었으며, 접촉 대상에는 백악관 비서실장실 등이 포함됐다.
조직적 여론 통제 정황은 본지의 취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달 초 해당 의혹과 관련해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쿠팡 측은 홍보대행사 관계자를 통해 해당 매체에 입막음용 협찬을 제안하며 기사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8월 13일에 취재 질의서를 쿠팡 홍보전용 이메일로 보내자 마자, 쿠팡 측은 기사 청탁을 의뢰했던 홍보대행사 측에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는 해당 정부 비판 기사 청탁 의혹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쿠팡의 여러 홍보담당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취재 시작되자 '발칵 뒤집어진 쿠팡'… 반복되는 언론 통제 관행
사실 쿠팡의 '언론 통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업계 안팎에선 쿠팡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비판적 보도를 한 매체에 광고나 협찬을 끊는 방식으로 언론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불리한 기사의 삭제나 수정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등 자본을 무기화한 억압적 언론 대응 기조가 이번 '우회 청탁' 사태로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쿠팡의 정부 비판 기사 청탁 의혹에 대해 여론 공작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로비스트가 쓴 글을 마치 외신의 자발적인 반응인 것처럼 포장해 국내 언론에 이 같은 여론을 확산하려는 시도는 단순 홍보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출처/ 제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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