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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72시간 만에 땡볕서 멈춘 심장… 1,900명 유치 여주시 ‘계절근로 인재(人災)’ 전말

  • 배석환 기자
  • 입력 2026.08.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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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감 40도 밭에 그늘막도 화장실도 없었다… 30대 라오스 여성 숨진 채 발견

전담 인력은 고작 4명, 중간착취·불법파견 방치… 시민사회단체 “여주시 책임자 처벌·시장 사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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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민주노총 이천여주양평지부, 여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기이주평등연대 등 10여 개 노동·인권단체는 20일 오전 11시 여주시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었다.                      사진/ 배석환 기자

 

경기도 여주시가 농가 일손 부족을 해소하겠다며 대대적으로 추진해 온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 사업이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관리·감독 속에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라오스에서 입국한 지 불과 사흘 만에 30대 여성 노동자가 폭염 속 밭일 도중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여주시의 구조적 방치와 행정 책임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민주노총 이천여주양평지부, 여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기이주평등연대 등 10여 개 노동·인권단체는 20일 오전 11시 여주시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망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지자체의 총체적 관리 부실과 안전 조치 미비가 부른 명백한 '인재(人災)'"라며 여주시장의 공식 사과와 전면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기후 적응도 없이 투입… 36.7도 폭염경보 속 28시간 방치된 비극

사망한 라오스 국적 노동자 A(38·여)씨의 비극은 입국 첫날부터 예견됐다. A씨는 지난 8월 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 여주시청에 도착한 70명의 동료와 함께 신체검사와 마약검사, 3시간 남짓의 형식적인 생활적응교육을 마친 뒤 당일 저녁 곧바로 고용 농가로 넘겨졌다.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풀거나 한국의 폭염 기후에 적응할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A씨는 입국 바로 다음 날인 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11시간 동안 단호박 수확 작업에 투입됐다.

사고가 발생한 8월 7일은 여주지역 낮 최고기온이 36.7도까지 치솟으며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된 날이었다. 여주시 세종대왕면 마래리 소재 작업장에는 직사광선을 피할 그늘막이나 간이 쉼터, 화장실, 식수 시설조차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A씨는 당일 오후 극심한 열기와 탈진을 호소하며 휴식을 요청한 뒤 숙소로 향했으나, 오후 2시경 행방불명됐다. 이후 119 및 경찰·소방의 합동 수색이 진행됐지만, 실종 28시간여 만인 8일 오후 7시경 작업장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인근 수풀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900명 노동자에 관리 인력은 4명… 불법파견·중간착취 ‘사각지대’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여주시의 기형적인 인력 관리 구조를 지목했다. 여주시는 지난 3년간 라오스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계절근로자를 도입해 왔으며, 현재 경기도 내 지자체 중 가장 많은 1,900여 명의 계절노동자를 배정받아 운용 중이다.


그러나 이 대규모 인원을 관리·감독하는 여주시청 전담 인력은 통역 1명을 포함해 3~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1인당 500명에 가까운 노동자를 전담해야 하는 구조여서,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나 근로계약 이행 실태 파악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심각한 중간착취 정황도 드러났다. 단체들이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농가 고용주는 남성 13만 원, 여성 11만 원의 일당을 수취하면서도 실제 노동자에게는 각각 10만 원과 9만 원만 지급해 하루 2만~3만 원 상당을 가로챈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에어컨조차 설치되지 않은 노후 주택을 숙소로 제공하면서 1인당 월 20만 원의 숙소비를 임금에서 공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경기도 인권 실태조사에서 라오스 계절노동자들이 현지 송출 브로커에게 1인당 450만~900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뜯기고 있다는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여주시는 송출업체(쑥자위) 관리에 대한 아무런 예방책 없이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족 접촉 차단·축소 의혹… “여주시, 법적·행정적 책임 피할 수 없어”

사망 사고 이후 여주시의 불투명한 행정 대응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남편 등 유가족이 한국에 입국했음에도, 시 관계자들은 유족의 구체적인 소재를 숨기고 시민사회단체의 면담 요청을 조직적으로 회피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 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여주시는 인력 유치라는 양적 치적 쌓기에만 몰두한 채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기본권을 철저히 방치했다"며 다음의 5대 핵심 요구안을 여주시에 공식 전달했다.

 

-여주시장의 공식 대시민·대유족 사과 및 합당한 보상 대책 마련

-입국부터 사망까지 전 과정에 대한 90일 이내 투명한 진상조사 보고서 공개

-관내 계절근로자 1,900명 전수조사 및 관리 전담 인력 대폭 확충

-입국 후 3~5일 적응기간 의무화 및 폭염특보 시 옥외작업 중단 명문화

-송출업체 브로커 개입 및 고용주 불법파견·중간착취에 대한 사법기관 고발

 

단체들은 이날 여주시장실에 공식 요구안과 정보공개 청구서를 전달하고, 10일 이내에 성실한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여주시와 해당 농장주를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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