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사모펀드와 농민주주의 기울어진 싸움…법적 분쟁 넘어 사회적 해법 필요
표고버섯 농사로 평생 회사를 일군 농민주주가 대형 사모펀드 계열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넘긴 뒤 보유주식 절반을 아무런 대가 없이 잃을 처지에 놓이면서, 투자계약의 공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농업회사법인 군자농원을 일군 이군자 씨의 이야기다.
2021년 닥터애그는 군자농원이 발행한 신주 16만 주를 80억 원에 인수해 지분 80%와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씨 등 기존 농민주주들은 전문 투자자가 자금과 경영역량을 투입하면 회사가 성장할 것으로 믿고 경영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한다. “평생 표고버섯을 키워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80억 원이 투자되고 전문가들이 회사를 키워준다고 하니 믿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체결된 주주간계약에는 일정 기간 회사의 EBITDA가 21억 원에 미달하면 기존 농민주주의 지분을 최대 50%까지 무상감자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농민주주 측은 경영권과 자금집행권은 투자자 측이 행사했는데도 실적 미달의 책임은 경영에서 물러난 농민주주의 지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시설투자와 인력운영, 영업전략을 투자자 측이 결정했다면 실적 부진의 원인과 경영책임부터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분쟁의 배경에는 대형 사모펀드와 농민주주 사이의 현격한 힘과 정보의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쪽은 대규모 자본과 법률·회계·투자 전문가를 갖춘 전문 투자자인 반면, 다른 한쪽은 평생 농사와 회사 운영에 전념해 온 농민주주였다.
EBITDA, 무상감자, 주식매수청구권과 주식가치 산정식 등 복잡한 계약구조를 이해하고 위험을 분석하는 능력에서 양측은 처음부터 대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민주주가 계약서에 서명했더라도 자신의 지분이 사실상 0원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결과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협상했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 이후 힘의 균형은 더욱 기울었다. 투자자 측은 지분 80%와 경영권을 확보해 이사회, 자금집행과 경영전략을 지배했고 농민주주는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소수주주가 됐다.
그런데도 경영성과가 목표에 미달하자 농민주주가 지분 상실의 책임까지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농민주주들은 2025년 8월 주주간계약에 따라 닥터애그에 주식양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닥터애그는 실적 미달 조항을 근거로 무상감자를 요구했다. 이후 회사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이군자 씨 보유주식 8,600주와 원삼포레스트 보유주식 2,000주 등 총 10,600주를 주당 0원에 소각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투자 당시 회사는 100억 원의 가치로 평가됐다. 그러나 회사와 사업은 계속 존속하고 투자자는 경영권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작 회사를 일군 농민주주의 지분만 0원으로 처리된 셈이다.
투자자 측에서는 무상감자 조항과 실적 조건이 주주간계약에 명시돼 있었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다. 농민주주 측이 제기한 무상감자 효력정지 가처분도 기각됐다. 현재 계약의 효력과 공정성, 경영실적 미달의 책임 및 주식양수대금 산정 등을 다투는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계약 해석을 넘어 사회적 해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사모펀드와 농민주주 사이에 존재한 자본력·정보력·법률전문성·협상력의 격차까지 계약 문구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군자 씨는 “저희는 대형 투자회사와 맞설 자금도, 조직도, 전문인력도 없다”며 “본안소송을 통해 사실관계를 끝까지 밝히고, 더 많은 관계기관과 언론에 이 문제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힘없는 농민주주인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을 끝까지 알리는 것밖에 없다”며 “우리와 같은 피해를 입는 농민이나 영세 창업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갖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계약 당사자라는 형식만으로 대형 사모펀드와 농민주주를 대등한 위치에 놓을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법원의 본안 판단과 별개로 양측이 경영책임과 지분가치를 다시 살피고, 농민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처/제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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