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 정부청사 간담회 참석…전국 호박생산자협의회 대표로 농업현장 목소리 전달
“가입 시 농업생산 매년 7,100억 감소 전망…모든 농산물 가격안정 장치 마련해야”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최소 50조원 조성…수혜 제조기업도 부담해야”
CPTPP 관련 농민단체와 대통령 간 대화 자리도 정부에 건의
대월농협 지인구 조합장이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과거 통상협정 과정에서 반복됐던 농업의 희생을 또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CPTPP 가입에 앞서 농업 피해를 보전할 제도적 안전장치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월농협에 따르면 지 조합장은 2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CPTPP 관련 정부 간담회에 전국 호박생산자협의회 대표로 참석해 농업현장의 고충을 전달하고 농산물 가격보장과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확대 등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 관련 부서와 산업통상부 통상협정정책기획과, 원예산업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농업계에서는 파프리카와 가지, 호박, 생약, 수박, 콩나물, 숙주, 딸기 등 전국 품목별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원예 분야를 중심으로 CPTPP 가입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제조업은 최대 6조7천억 증가…농업은 7,100억 감소 전망”
대월농협이 전한 간담회 내용에 따르면 정부 측은 CPTPP 가입에 따른 분야별 영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제시된 전망에 따르면 CPTPP 가입 이후 제조업 생산 파급효과는 매년 최대 6조7,000억 원 증가하는 반면 농업생산은 매년 7,100억 원, 임업은 600억 원, 수산업은 82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 조합장은 이 같은 산업별 영향 차이를 지적하며 통상 확대에 따른 이익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고 농업 등 1차 산업이 피해를 떠안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근대화 시절인 1960년대 저곡가 정책으로 농가의 희생이 컸고 농업이 산업화 과정에 기여했다”며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도 농업의 희생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무역이득공유제 등이 논의됐지만 실질적인 제도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똑같은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인구 “가장 좋은 것은 CPTPP 가입하지 않는 것”
지 조합장은 CPTPP 가입 자체에 대해서도 농업계의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는 “제일 좋은 것은 CPTPP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만약 가입하게 된다면 그 전에 국내 농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확실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쌀과 축산, 과수뿐 아니라 호박·딸기·가지·오이·채소 등 국내 농산물을 폭넓게 가격안정 정책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 조합장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등 관련 제도를 통해 농산물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농가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CPTPP 협정 체결 이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품목만 보호대상으로 선정할 경우 개방에 따른 피해가 다른 농산물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모든 농산물을 제도권 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지 조합장의 주장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최소 50조원으로 확대해야”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지 조합장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정부가 최소 50조 원 규모로 조성하고 CPTPP 가입으로 수혜를 보는 제조기업들도 기금 조성에 책임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무역 확대에 따라 제조업이 얻는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어업 분야와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지 조합장은 이러한 지원이 일회성 대책이나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에 그쳐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농업 보호가 가능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PTPP 놓고 “농민단체와 대통령 대화 자리 마련해 달라”
지 조합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CPTPP 문제를 놓고 농업인들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농민단체와 대통령이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CPTPP 가입 여부가 농업의 생산기반과 농가소득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협상이나 정책 결정 이전에 농업계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인구 조합장은 “통상 확대에 따른 국가적 이익을 위해 농업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방식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농업 피해를 사후에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협정 체결 이전부터 가격안정과 피해보전 제도를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정부 간담회에서 나온 농업계의 요구가 향후 CPTPP 관련 정부 논의 과정에서 농산물 가격안정제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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