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통·이단 안 따진다" 해명…공적 홍보 책임은 어디로
여주시(시장 이충우)가 이단 교파인 '하나님의교회'를 긍정적으로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역 교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여주시는 지난 15일 '여주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의 식료품 세트 기탁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이충우 시장의 감사의 말까지 포함되어 있다.
해당 종교 단체는 주요 개신교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곳이다. 이에 여주시가 공식 채널로 특정 종교의 이미지 개선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는 안식교에서 교리를 반박하다가 탈퇴한 안상홍이 부산에서 1964년에 창시한 기독교 계통의 신흥종교이자 사이비 종교다. 교단 측은 "안상홍은 성경의 예언에 따라 두 번째로 온 그리스도이며 새 언약을 회복했다"며 "하나님의 교회를 세움으로써 구원의 길을 열었다"고 공식 웹사이트에 명시하고 있다. 교주 안상홍을 재림 그리스도로 신봉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포함한 한국 기독교계는 일찌감치 이 단체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이단 연구 자료에서는 '신천지보다 더 위험한 사이비'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단체가 시청을 방문해 기탁 행사를 가졌다. 여주시는 이를 시장 명의의 감사 멘트가 포함된 정식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이충우 시장이 "지역사회를 위해 꾸준히 기탁활동 이어오신 여주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화답한 내용이 실렸다.
또한 이 보도자료에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 이웃에게 따뚯한 응원이 되길 소망한다"는 단체 측의 멘트가 포함되어 있다. '어머니의 마음'은 이 단체의 '어머니 하나님' 교리가 담긴 용어다. 단체는 초대 교주 안상홍 사후에 장길자를 '어머니 하나님'으로 신격화해 숭배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용어까지 그대로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된 것이다.
"행정적 감사 표시" 이단·사이비 판단 안 해
여주시는 이 사안에 대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기부 물품 기탁에 있어, 종교·신념을 이유로 기부 행위 자체를 거부하거나 차별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정 종교 단체의 내부 교리나 정통·이단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시장의 명의로 나가는 감사 멘트나 보도자료는 기부 행위 자체에 대한 행정적 감사 표시일 뿐 어떠한 특정 종교 단체에도 특혜나 공신력을 얹어줄 의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행정 절차와 공적 메시지의 무게를 지나치게 가볍게 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기부 행위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 것과, 시장 명의의 감사 발언을 담아 '보도자료'라는 공적 문서로 전 시민에게 홍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기부물품 접수는 담당 부서 차원에서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행정 행위지만, 시장 명의의 공개 감사 멘트가 실린 보도자료는 특정 단체의 이름과 활동을 시정(市政)의 공식 채널로 확산시키는 홍보 행위다. "정통·이단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여주시의 원칙은 최소한 보도자료 배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 보도자료 전에도 여주시는 해당 단체의 기부 행사를 보도자료로 수차례 알려왔다. 정통 종교와 이단·사이비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시의 원칙을 유지한다면, 이단·사이비 종교단체의 이미지 세탁에 시가 이용당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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