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수필>나는 자장면이 좋다/ 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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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나는 자장면이 좋다/ 김명숙

기사입력 2016.12.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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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_사진.jpg
 
나는 자장면이 좋다.
 
김명숙
 
나는 자장면이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집에 가면 자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한다. 하지만 내 선택은 늘 자장면이다.
달달한 자장면과 얼큰한 짬뽕은 둘 다 맛있기 때문에 한 가지를 선택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오죽하면 짬짜면이라는 메뉴까지 나왔겠는가. 하지만 내가 늘 자장면을 선택하는 이유는 내가 처음으로 자장면님을 뵙던 날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자장면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전남 고흥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나는 바다를 접해 있어서 해산물은 풍족하게 먹었으나 자장면은 쉽게 접할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나는 글쓰기와 노래 부르기에 소질이 있었다. 하여 읍내에서 개최하는 백일장과 노래대회에 가끔 나가 입상을 하기도 했다. 그때도 여느 때처럼 선생님께서 우리학교 학생 몇 명을 데리고 학생 백일장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사전에 백일장 끝나고 점심에 자장면을 사주시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난생 처음 먹어볼 자장면 생각에 우리는 들떠 있었고, 덕분에 글을 잘 써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써내고 녹동 항구에 있는 모 중국집으로 갔다. 자장면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당에 퍼지는 맛있는 냄새에 온통 귀와 눈이 쏠렸다.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자장면이 우리 앞에 나왔다.
나는 침을 꼴깍하고 삼킨 뒤 선생님을 쳐다봤다. 우리가 자장면을 처음 먹는 줄 아는 선생님께선 먼저 시범을 보이시면서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한 입 맛있게 드셨다. 우리들도 선생님을 따라 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으려 했지만 면발이 말을 듣지 않고 또르르 그릇으로 내려가 버려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입주위를 새카맣게 묻히며 먹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하하 호호거리며 신나하면서 먹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한 입을 먹어본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맛있는 맛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래서 아까워 천천히 아껴먹으려고 한 가닥 한 가닥 돌돌 말아 젓가락으로 먹고 있는데 아이들은 내가 처음 먹어본지라 자장면을 싫어하는 줄 알고 자기들 것은 어느새 다 먹고 내 것을 퍼갔다.
속으로 눈물이 찔끔났지만 선생님 앞이라 싸울 수도 없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내 아까운 첫 시식의 자장면을 그렇게 나의 주린 배를 채우지 못한 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말았다. 하지만 난 그때 먹은 자장면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점심을 먹은 우리 일행은 심사 발표시간이 아직 이른지라 소록도가 보이는 녹동 항과 어전을 구경하였다.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닷 내음과 배를 타기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고기를 파는 상인들의 왁자한 소리가 온통 녹동 항을 채우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선생님은 우리를 데리고 백일장 행사장인 학교로 데리고 갔다. 결과는 얼마 있지 않고 발표되었고 나는 동시를 써서 장원에 당선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얘기다.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나는 펜팔을 하던 진해 해군이 기숙사 면회를 와 중국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자장과 짬뽕사이에서 고민하다 입주위에 자장이 묻을 것 같아서 짬뽕을 함께 시켜먹었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옆자리에서 먹는 자장면이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데이트를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낮에 먹지 못한 자장면을 시켜 게 눈 감추듯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회식이 있다거나 가족끼리 중국집으로 외식을 가도 나는 언제나 식지 않는 자장면 사랑을 외치곤 한다.
이제는 시절이 좋아져 어디를 가도 쉽게 먹을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마라도에 까지 자장면 배달이 가능하다고 하니 나의 자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한낱 옛날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자장면을 먹고 싶거나 먹을 일이 있어 자장면을 시키노라면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 혼자 빙긋이 웃음 짓곤 한다. 하지만 처음 자장면을 기다리면서 설레던 마음이나 감칠 맛 나던 그때의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첫’은 언제나 새롭고, 아련한 첫사랑처럼 문득문득 생각나게 해 추억을 곱씹게 하는 힘을 가졌나보다.

김명숙 시인
프로필
*시인, 아동문학가
*시집 <그 여자의 바다> 문학의 전당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 "새싹" 저자
*가곡 31곡/ 동요 62곡 발표
*수상: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창세예술대상, 도전한국인상 외 다수 
*이메일:sunha3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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