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횡포가 가관이다. 얼마 전에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시 중앙정부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사회보장기본법을 개정하여 지방이 자체적으로 복지제도를 운영하는데 제동을 걸더니, 이제는 일자리 정책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모든 게 다 유사·중복사업을 막아 예산 효율성을 고려한다는 취지이다.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를 감액하겠다고 하니 말이 ‘협의’이지 ‘협박’이나 다름없다. 이에 발맞춰 언론에서는 청년수당으로 인해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가 취소 혹은 중도하차 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으로 이미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서울시가 포퓰리즘식으로 중복사업인 청년수당을 시행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도 청년수당이 ‘진짜’ 일자리 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로부터 이탈시켜 파멸로 이끌고 있다고 논평했다.
청년수당이 초기에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협의 대상인지 논란에 휘말렸을 때 서울시에서는 ‘일자리’ 사업이므로 협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강행했다. 이 시점에서 노동부가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를 염두에 두고 청년수당과 같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자리 정책을 ‘유사·중복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자체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동 사안에서 쟁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청년수당과 취업성공패키지는 유사·중복사업인가? 둘째, 유사·중복사업은 예산 비효율성을 유발하는가?
청년수당과 취업성공패키지는 개인별 계획서에 따른 수당지급이라는 차원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취업성공패키지의 대상은 ‘만 18세~64세, 즉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 중 취업 취약계층’이고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 집단상담 등 취업 지원프로그램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반면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세~29세 청년’으로 특정한 직업훈련이나 취업알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청년 스스로 계획서에 따라 사회활동을 함으로써 구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취업성공패키지에 따라 19세~34세 청년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고 청년수당 또한 궁극적으로는 청년들의 구직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므로 얼핏 보면 목적상 유사하고 대상이 다소 겹치지만, 운영방식은 전혀 다르다.
동 정책이 유사·중복정책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정부가 유사·중복사업으로 주장할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유사·중복사업인지 여부가 애매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동 정책이 유사함으로 인해 예산의 비효율성을 유발되는지 여부이다. 수혜자가 중복되면서 이중수혜를 받아 필요보다 ‘과다’하게 예산이 집행된다면 예산 비효율성이 유발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보면 취업하기 전까지 생계를 위해 일정금액이 지급되는데, 개인별 취업활동계획을 수립하는 1단계에서는 최대 25만원을, 2단계에서는 28만4천원을 지급받게 된다. 여기에 서울시 청년수당은 50만원으로 합하면 최대 78만4천원이다.
이 금액은 통계청이 2014년 발표한 도시근로자 1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지출액 166만원에 턱없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경영계에서 주장하는 월생계비 103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취업성공패키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입을 마련할 수도 없다.
게다가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에 대한 비판도 많다. 2014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50만원 이상 취업성공률은 21.8%에 불과하고 심지어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은 18.9%에 그친다. 게다가 동 사업은 2014년 기준 43,372명밖에 포괄하지 못했다. 나머지 청년들은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자체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아 개인적인 구직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구직 기간 동안 생계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구직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하려는 청년수당이 중복사업이라고 지급 중단된다면 청년들의 삶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가?
어떠한 정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 수혜의 크기’이지 제도 자체가 중복되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실제 당사자가 받는 수혜의 크기가 적정선을 넘어설 경우에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두 제도를 합쳐봤자 월 평균 지출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도 자체가 중복되는지는 중요치 않은 것이다.
제도는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중앙에서 운영하는 제도가 해당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여러 보완적 제도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나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같이 지역적 특수성이 작용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더 이상 정부는 유사·중복사업이라는 이유로 지방자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금도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이 그나마 취업의 디딤돌로 삼고 있는 청년수당을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6년 8월 10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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