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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경마장이 양평의 미래라는 위험한 착각

  • 정순길 박사
  • 입력 2026.10.0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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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이 양평의 미래라는 위험한 착각

 

전진선 양평군수가 과천 렛츠런파크를 용문산 군 사격장 부지로 유치하겠다며 본격적인 운동에 나섰다. 지방선거 당시 제시했던 구상을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6월 한국마사회를 찾아 정책제안서를 전달했고 9월에는 지역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범군민 추진단까지 출범시켰다. 이제 단순한 선거 공약이 아니라 양평군 행정이 힘을 싣는 사업이 됐다. 그렇다면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먼저 물어야 한다.

 

왜 양평의 미래가 경마장이어야 하는가.

 

전 군수 측은 사격장 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수 확대 관광산업 육성을 내세운다.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과천 경마장이 상당한 지방세를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세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경마장의 핵심 수익은 마권 판매다. 이름을 렛츠런파크라고 바꾸고 가족공원과 관광 휴양시설을 결합한다고 해도 경마와 마권 발매라는 중심 구조는 사라지지 않는다. 막대한 세수만 강조하면서 그 돈이 사행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뒤로 감추어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정부는 당초 2026년 9월까지 과천 경마장 이전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 6일 현재 이전지 선정은커녕 공모 시점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전 비용만 2조 원대가 거론되고 있고 레저세 조정과 정부 지원 문제를 놓고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안에서만 양평을 비롯한 15개 시군이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정도라면 군민에게 성공 가능성을 먼저 냉정하게 설명하는 것이 행정의 책임이다.

 

양평군수가 원한다고 오는 시설이 아니다.

 

정부와 한국마사회 경기도 과천시 경마산업 종사자와 노동자 그리고 이전 예정지역 주민의 이해관계까지 풀어야 한다. 마사회 관계자조차 부지와 접근성 주민 수용성 이전 재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이전에 장기간이 필요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런데 양평에서는 벌써 범군민 유치운동부터 벌이고 있다.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범군민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에 군민에게 제대로 물었는가.

 

경마장이 들어오면 교통량은 얼마나 늘어나는가. 도로와 상하수도 기반시설에는 얼마가 들어가는가.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실제 양평군에 떨어질 지방세는 얼마인가. 필요한 군비는 얼마인가. 지역 상권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가. 사행산업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되는가.

 

이런 자료부터 공개하는 것이 먼저다.

 

용문산 사격장 문제와 경마장 유치를 하나로 묶는 방식도 적절하지 않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요구한 것은 사격장 소음과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권리였다. 오발사고 걱정 없이 살고 훼손된 자연환경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사격장이 나가야 한다는 것과 그 자리에 경마장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사격장을 이전시킨 뒤 해당 부지를 양평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군민이 다시 결정해야 한다. 생태공원도 있을 수 있고 산림휴양시설도 있을 수 있다. 교육과 치유 관광 농업이 결합된 공간도 검토할 수 있다.

 

왜 처음부터 답을 경마장으로 정해 놓는가.

 

양평은 오랫동안 청정 자연과 친환경농업을 지역의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양평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자연과 농촌 두물머리 세미원 용문산 같은 환경 자산 때문이다.

 

양평이 가진 가장 비싼 자산은 경마장이 들어설 넓은 땅이 아니다.

 

깨끗한 자연이다.

 

그런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사행산업과 연결된 대규모 시설에서 찾겠다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발전인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경마장이 들어오면 세수가 늘어나 무료교통과 교육지원 응급의료 지역화폐 같은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세금은 예상이 아니라 계산으로 말해야 한다.

 

예상 방문객과 마권 매출 지방세 수입에서 교통시설 투자비 환경관리비 각종 기반시설 비용까지 빼고 양평군에 실제 얼마가 남는지 공개해야 한다.

 

과천에서 걷히던 세금이 고스란히 양평으로 옮겨올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과천은 서울 강남권과 가까우며 지하철과 광역도로망을 갖춘 곳이다. 양평과 시장 조건 자체가 다르다.

 

지금 양평에는 경마장보다 급한 일이 너무 많다.

 

24시간 안심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읍면 주민들의 대중교통 불편을 줄여야 한다. 고령농과 소농의 소득을 지켜야 한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노인 돌봄을 강화하고 지역 상권을 살려야 한다.

 

서울 양평고속도로 문제도 군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풀어야 한다.

 

친환경농업과 로컬푸드 생태관광 산림휴양을 연결해 양평다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드는 것이 훨씬 지속 가능한 길이다.

 

경마장 하나 들어온다고 양평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대형 개발사업이 지역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환상은 수많은 지방 개발사업에서 반복돼 왔다. 시설을 유치할 때는 수천억 원의 경제효과와 수많은 일자리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몇 년 뒤에는 유지비와 교통 환경 문제만 주민 몫으로 남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진선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유치 구호가 아니라 검증이다.

 

경마장 유치 서명부터 받을 것이 아니라 경제성 분석부터 공개해야 한다.

 

범군민 추진단을 만들기 전에 찬성과 반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

 

세수 효과를 홍보하기 전에 사회적 비용까지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양평의 미래가 왜 경마장이어야 하는가.

 

양평은 수도권에서 밀려나는 대형 시설을 받아 세수를 얻는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과 자연 농업과 관광 의료와 돌봄을 연결해 양평만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진짜 지역 발전이다.

 

경마장 유치가 양평의 미래라는 결론부터 정해 놓고 군민을 끌고 갈 일이 아니다.

 

전진선 군수의 경마장 유치 운동은 지금이라도 멈추고 원점에서 다시 검증해야 한다.

 

경마장이 먼저가 아니다.

양평군민의 삶이 먼저다.

 

본 글은 외부 필자가 작성한 기고문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뉴스앤뉴스TV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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