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의에 "이해충돌 때문" 밝힌 A 의원, 전문성 살릴 직무는 회피 논란
영리업 유지 속 타 상임위원장 맡아, "사적 사업과 뱃지 양립 위한 방편" 지적
의석 축소 속 산건위 '3 대 3' 가부동수 구조 직면, 부결·공전 막을 법 개정 시급

선출직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이해충돌 방지와 공적 책무의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앙 정가에서는 주요 공직 지명이나 당내 권력 다툼 속에서도 의원직 신분이 주는 세비와 보조금 등 유·무형의 기득권을 결코 내려놓지 않으려는 모습이 국민적 피로감을 키웠다.
이러한 선출직의 ‘책임 윤리 실종’ 문제는 중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인 지방의회에서도 영리 목적의 본업과 의원직 수행 사이의 충돌로 인해 필수적인 의정 활동에 공백이 빚어지는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
"이해충돌이라 못 들어간다"는 답변… 질문을 잃게 만든 당당함
최근 본 기자는 이천시의회 A 의원을 직접 만나 지역의 도시계획, 토목, 건축 인허가 등 핵심 행정을 감시·견제해야 할 소관 기구인 ‘산업건설위원회’ 의정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 물었다.
A 의원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A 의원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이해충돌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
본인이 민간에서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며 영리 행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직무 연관성이 직접적인 산업건설위원회 활동을 스스로 회피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답변은 납득하기보다 깊은 의문을 남긴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는 공적 권한을 이용한 사익 추구를 원천 차단하라는 것이지, 사적 사업체를 지키기 위해 의원 본연의 핵심 직무를 포기하라는 면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축 분야의 전문성을 지역사회 행정 감시에 쏟아야 할 선출직 공직자가, 거꾸로 개인 사업체를 유지하기 위해 핵심 상임위 배제 상태를 당연시하는 태도는 시민들의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타 상임위원장 직함 뒤로 숨은 '영리 활동'… 꼼수 회피 비판 자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 의원은 본업과의 직무 관련성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의회 내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아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개인 사업을 영위하면서 의원 신분과 정치적 영향력을 동시에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기형적 우회로"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상임위원장은 의회 운영의 핵심 축이자 대외적 대표성을 지니는 자리다.
자신의 본업으로 인해 시정의 핵심 축인 산업건설 분야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상임위원장 직함을 꿰차고 의정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은 ‘의원 신분이 민간 사업체의 공신력을 높여주는 방패막이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본업에 전념하며 돈을 벌고 싶다면 의원직을 내려놓고 민간 사업가로 돌아가야 마땅하며, 시민의 대표자로 봉사하겠다면 사업체를 정리하고 직무에 전념하는 것이 선출직의 기본 도리"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의원 정수 감축 속 '3 대 3' 가부동수 구조… 표류하는 조례와 민생
이러한 직무 회피 사태는 한 의원의 개인적 윤리 문제를 넘어, 이천시의회 전체의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천시의회는 지난 민선 8기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의원 정수가 1명 줄어들었다.
인구 대비 의석이 축소된 만큼, 조례 제정과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 심의를 담당해야 할 의원 한 명 한 명의 역할 비중은 절대적이다.
현재 이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3명으로 여야가 팽팽하게 ‘3 대 3’ 동수를 이루고 있다.
지방의회 회의 규칙상 안건 표결 시 가부동수가 나오면 해당 안건은 즉시 부결 처리된다.
건축·도시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해 첨예한 갈등을 중재하고 정책을 검증해야 할 의원이 이해충돌을 이유로 빠지면서, 위원회가 구조적 표결 불발과 의결 정체라는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시급한 도시계획 조례나 주민 재산권 관련 민생 안건이 정쟁과 수적 대립 끝에 표류할 경우, 그에 따른 행정 공백과 피해는 고스란히 23만 이천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직무 회피만으로 끝나는 제도 '겸직 제한' 등 근본적 법 개정 필요
이번 사태는 현행 지방자치법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제도적 맹점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행 제도는 이해충돌 발생 시 해당 의원의 ‘자진 신고 및 직무 회피’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회피로 인해 발생하는 상임위 공백이나 의결 왜곡을 방지할 강제 장치를 두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선출직 의원이 영리 활동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법적 제재 없이 타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아 의정비를 전액 수령하는 기형적 구조가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원의 전문직 겸직이 의회 기능을 마비시키지 않도록 하려면, 핵심 상임위 활동이 원천 차단되는 직종에 대해서는 영리 행위 금지 의무를 대폭 강화하거나 상임위원장 등 주요 당직 보임을 제한하는 방향의 엄격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선출직 공직은 사적 영리를 챙기며 여유 시간에 수행하는 부업이 아니다.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공적 의무를 다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해충돌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직무 공백을 당연시하는 관행이 지속되는 한, 지방자치를 향한 시민들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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