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 공모 둘러싼 논란… 본질은 ‘투명성’과 ‘감시 기능’
축제 실책의 본질은 ‘브랜드 가치 훼손’… 절차적 정당성과 철저한 검증 요구돼
옛 춘추전국시대 사관들은 권력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사실을 기록하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원칙을 지켰다.
권력에 대한 냉철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오직 시민의 편에서 진실을 탐구하는 자세야말로 언론의 존립 기반이다.
한나라의 유학자 원고생이 권력의 입맛에 맞춰 진실을 굽히는 태도를 두고 ‘곡학아세(曲學阿世)’라 경계했던 역사적 교훈은 오늘날 지역 언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 공개모집을 두고 본지가 제기한 공공기관의 인사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를 ‘예단’이자 ‘과도한 우려’로 치부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인사 절차와 문화 행정 전반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언론 본연의 책무이자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공론화 과정이다.
공모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환기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시점에 인사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결과를 섣불리 단정 짓기 위함이 아니다.
그동안 지역 사회 일각에서 되풀이되어 온 형식적 공모와 보은성 인사 논란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키고,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엄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언론의 역할은 사후에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적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사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있다.
이를 두고 ‘불신을 조장하는 예단’이라 규정하는 것은 공공기관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견제와 파수꾼(Watchdog) 기능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시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 축제의 잇따른 실책, ‘대행사 탓’ 아닌 구조적 관리 부실의 문제
여주도자기축제 당시 발생했던 저가 수입산 도자기 경품 배포 사고나, 오곡나루축제 무대에서의 부적절한 영상 상영 사건을 두고 “위탁 대행사의 단순 실수이자 소액 경품 문제”로 축소하려는 태도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칭했던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여주의 역사적 자존심이자 도예인들의 땀방울이 담긴 대표 축제에서 발생한 이러한 실책은 결코 단순한 ‘단가’의 문제로 치환될 수 없다.
여주시의 문화 브랜드 가치와 축제의 정체성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며, 재단의 총체적인 관리·감독 시스템과 운영 역량에 허점이 드러났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관람객 수나 정량적인 경영평가 지표 뒤에 숨어 근본적인 품질 관리 실패와 브랜드 훼손 문제를 가벼이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면 외부 용역사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기보다, 철저한 내부 시스템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의 자세다.
엄정한 검증과 비판이 곧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
시민들이 지역 공공기관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공성과 책임성이 지켜질 때 비로소 지역 사회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나라 태종은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며 민심의 엄중함을 역설했다.
지역 사회의 다양한 우려와 비판적 목소리를 한낱 근거 없는 소문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정과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언론의 펜은 권력과 공공기관을 향해 객관적 잣대를 들이대고 시민의 눈높이를 대변할 때 가장 큰 설득력을 지닌다.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 공모가 어떠한 의혹도 남기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하며, 지역 언론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본연의 감시 기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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