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아노미 현상을 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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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미 현상을 넘는 힘

기사입력 2016.06.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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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60215_165403713.jpg▲ 2016년 6월 14일 이연실
인간은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며 전례없는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캠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이런 무질서와 무규범 상태의 혼란기를 아노미 현상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언제부턴가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듯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 도처에서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테러와 전쟁, 국가 부도 사태, 국가간 무역 경쟁, 대량 실업, 계층간 갈등과 차별의 극대화 등으로 국제와 국내의 문제들이 극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우울하고 절망적이며 패배주의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인류에게 무언가를 선택하게 합니다

그동안 인간이 만든 이념이나 가치관과 종교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문화와 문명을 이끌어 왔습니다 지금은 자본이나 폭력 또는 비상식이 무질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도 예전의 민주주의 가치와 질서를 잃어가는 듯 보입니다 부의 편중화가 심각해지자 희망을 잃은 계층들을 상대로 대선주자인 트럼프는 국수주의적 발언을 쏟아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와 정치 질서를 뒤흔들 위험 인물이 인기 대선주자가 된 이유는 그만큼 미국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증거입니다

자본주의가 분배의 양극화로 인해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할 만큼 힘들다는 말이 난무하는 한국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이는 북한이 불안정하고 아랍 세계의 IS가 불안하며 지구촌 어디서든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생사가 갈리는 일들이 현실입니다

경제적 고통은 무차별 살상과 증오 범죄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가 더 절망적으로 예측됩니다 30년 이내 자동화로 인해 인류의 일자리 절반이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자신의 능력 유무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빈곤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이들이 많아질 겁니다 무엇이 인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걸까요? 그것을 찾지 못하면 여러 세대에 걸쳐 혼란이 거듭될 겁니다

찰스 스윈들 학자에 따르면 인생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 10%와 자신이 그에 나타낸 반응 90%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결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래 세계로 가는 우리들이 탄식할 것인지 극복하는 힘을 길러 상생하는 길로 갈 것인지는 이 시대의 현상에 대한 ‘반응’에 달려 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날아든 꿀벌에게 목을 쏘였습니다 목에 박힌 벌침을 빼내며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일부러 봉침을 맞는다는데 그저 의외의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 말벌의 독침에 쏘인 경험 덕분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가을철에 벌초를 하다가 말벌에 쏘여 죽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으니 적어도 봉독에 대해서는 면역력이 생겼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곤충의 독을 성인식에 이용하는 부족이 아마존에 있습니다 사테레 마우에 부족은 불개미를 넣은 장갑에 양손을 집어넣게 합니다 어찌나 독하고 아픈지 물리는 순간 '녹슨 못에 발등을 깊이 찔린 채 불에 달궈진 돌 위를 걸으며 불속을 통과하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총알에 맞은 것 같은 통증이 24시간 이어진다고 합니다 인간이 곤충에게 물리거나 쏘였을 때의 아픔을 나타내는 ‘슈미트 고통 지수’의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합니다 20마리한테 쏘일 때까지 소리를 지르지 않아야 성인으로 인정한답니다 그러한 고통을 감수하고 독성을 이겨내야 아마존의 밀림에서도 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지구촌이 고통스런 성년식을 치를 건지 선택의 경계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재도약의 기회가 되기 위해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인간이 이제껏 지구의 주인으로서 살 수 있었던 것은 불에 대한 반응이 동물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모든 동물이 무서워하는 불은 우리에게 단련의 가치를 깨우치게 하여 문명을 일으켰습니다

조지 6세 영국 왕이 도자기 회사를 시찰할 때 재료와 모양이 똑같은 도자기인데 한쪽은 평범하고 다른 쪽은 멋진 것을 보고 그 차이를 물었습니다 '멋지게 보이는 도자기는 불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입니다'라고 장인이 말했습니다 불을 견딘 도자기가 주는 아우라가 왕의 눈에도 달라보였던 것입니다

지구 내부에 마그마가 들끓어 균형을 잃을 찰나에 화산을 폭발시키거나 지진을 일으켜 축적된 에너지를 덜어내는 에너지 평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지혜입니다

금붕어는 안락한 어항 속에서 지낼 때는 알을 3천 개 정도 낳지만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1만 개를 낳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위험이 생식력의 최대치를 발휘하게 하는 것입니다 활어를 장거리 이동시킬 때 내부에 문어나 새끼 상어 같은 천적을 넣어두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인간 역시 환경에 반응하며 삶을 유지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선택 반응은 과연 무엇이 최선일까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 , 존중과 존재에 대한 소중함 이런 종류의 답은 교과서적인 답일 뿐입니다

한동대는 100원 밥상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의 아이디어와 후원을 대학이 받아들여 어려운 학생을 위해 점심값을 100원 받고 있습니다 한시적으로 시작했으나 여러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후원 동참으로 2학기에도 100원 밥상이 실시된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후원이 수백 명과 수천 명을 울립니다 한 단체의 운동이 수십만 명을 울리고 한 나라가 전 세계를 울릴지 모릅니다

아노미를 넘는 인류의 선택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 반응은 한 사람에게 있고 한 사회 속에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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