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공판 직전 박근혜 피고는 재판 변호인단에게 “형량이 20년 형이든 30년 형이든 개의치 않는다. 나라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피고는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무슨 나라를 어떻게 세워야 한다는 것일까? 하지만, 박근혜 피고는 재판이 시작되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재판을 보이콧했다.
게다가 변호인단까지 사임해 박근혜 피고의 뜻에 동참하면서 향후 재판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박근혜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근혜 피고 재판 변호인단이 전원 사퇴로, 현행법에 따라 구속된 박근혜 피고인의 재판 변호인이 없는 상태이므로 재판부는 19일 국선 변호인을 지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박근혜 피고인의 10만 쪽 분량의 사건 기록 검토를 핑계로 재판 연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공판 연기에 재판부가 제동을 걸면 재판부 기피 신청도 가능하다. 즉, 재판부를 바꾸어 재판을 받겠다는 피고인의 권리다. 다만, 법조계에선 박근혜 피고 스스로 재판 자체를 거부한 만큼 박근혜 피고는 국선 변호인 접견도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변호인만 있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 재판’을 열 수 있다. 박근혜 재판부는 어떤 식으로든 박근혜 피고인이 재판에 적극 협조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피고인은 지난 16일 법정에서의 ‘폭탄성’ 발언에 앞서 변호인 측에 “형량이 20년형이든 30년형이든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박근혜 피고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들의 선고를 앞두고 ‘옥중 메시지’도 공개할 뜻을 비쳤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같은 박근혜 피고인의 언행에 대해 박근혜 피고가 재판부의 판결이 불리할 것 같은 판단하에서 오히려 피고 자신이 사법 제도를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치 투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근혜 피고인은 변호인 집단 사임 이후 추가 선임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사실상 법적 대응을 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즉, 박근혜 피고인의 의도는 재판부의 불리한 판결을 받는 것보다. 박근혜 피고인이 차라리 정치 투쟁과 지지층 결집을 통해 훗날을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박근혜 피고인이 ‘정치적 행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변호인단도 선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박근혜 재판의 경우 반드시 변호인이 필요한 ‘필요적 변론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을 지정할 것으로 보이며 박근혜 재판부는 목요일에 박근혜 피고인이 법정에 혼자 나타나면 재판부가 국선 변호인 선임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박근혜 피고가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사건이 ‘필요적 변론 사건’이라는 것은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3년 이상 징역 등 법정형이 무거운 죄목으로 기소되는 등의 경우다. 법조계에서는 “20년형이든 30년형이든 상관 않겠다”고까지 말했다는 박근혜 피고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경우 피고인 1명당 국선 변호인 1명을 선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재판 지연을 우려하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변호인 수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국선 변호인은 법원에서 월급을 받는 국선 전담 변호인 또는 사선과 국선 변호를 병행하는 변호인단 중에서 선정하게 되며 박근혜 재판의 경우 국선 변호인 문제와 관련해선 여러가지 복잡한 변수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선 국선 변호인도 피고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등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