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지난 30일에는 기무사 자체 조사 결과도 이런 의혹들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이런 불법 활동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개입 정황도 드러났다.
기무사 개혁TF는 지난 6일부터 정치 댓글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확인한 진상조사 내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청와대 당시 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이 기무사 해외홍보팀 신설을 기획했고 2010년 1월 실제로 기무사 내에 38명 규모의 해외홍보팀이 만들어졌다.
기무사 해외홍보팀의 공식 업무는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 등의 홍보였지만, 이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계 인사들을 인터넷 댓글로 공격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과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의 녹취록 내용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태하 전 단장은 “기무사가 불법으로 심리전 조직을 만들었고 이명박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나와 같이 떠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진상조사 내용에는 또한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직후 만들어진 기무사 사이버첩보대응팀이 예하부대를 동원해 총 250명 규모의 댓글부대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북핵문제 외에도 지난 2009년 용산 참사 등을 안보 이슈로 분류하고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 조작은 정치 댓글만이 아니었다. 온라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 장관을 영웅화하기도 했다. 군 사이버사령부는 이들을 역사적 인물과 ‘슈퍼맨’ 등으로 영웅화하면서 묘사했는데, 이런 게시물을 유포한 사람들은 신분을 감췄다.
반대로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비례대표)은 ‘좀비’ 내지는 ‘악마’의 형상으로 패러디 한 포스터를 인터넷과 SNS상에 마구 퍼날라 김광진 의원의 명예와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특히, 이들은 2010년 12월, 군 사이버사령부가 영화 ‘해결사’ 포스터를 패러디하거나 ‘녹슨별이 지고 샛별이 뜬다’는 표현 등으로 이명박 감독, 김관진 주연이라는 문구를 넣어 이명박 김관진을 나라를 구할 영웅으로 묘사했다. 해당 포스터 작성 시기가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취임 시기와 비슷하다. 군 사이버사령부가 김관진 전 장관 취임 직후부터 온라인 여론몰이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의 아이디를 추적해 확보한 자료에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영웅화’ 대상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를 홍보하는 제작물을 만들어 인터넷상에 배포한 것이다. 아울러 독도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왕으로 묘사해 홍보한 포스터도 있다. 이런 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몰이 활동은 박근혜 정부까지 줄기차게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진다.
군 사이버사령부가 박근혜 정부까지 활동했다는 근거는 지난 2013년 2월, 당시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를 옹호하는 홍보물도 만든 것으로 증명되는데, 김병관 장관 내정자 취임을 방해하는 악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김병관 내정자를 준비된 사나이, 손자병법의 달인 등으로 묘사하는 포스터 ‘작품(?)’을 쉴세 없이 퍼날랐다.
그러나, 정작 김병관 내정자는 무기중개업체 고문 경력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 30여 가지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자진 사퇴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활동에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